저희 허유재 병원은 건축가이자 건축설계사무소 공간의 설립자인
고 김수근 선생을 기려 만든 건축상인 "김수근 문화상"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.
허유재병원은 지난 김영준 작업의 큰 자락 끝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. 물론 이 모색의 맥락이 어디에 이를지는 아직 모른다. 반듯한 직방형으로 규정된 틀 안에서 벌어지는 공간 짜기이며 공간의 축조이다. 그렇게 해서 전체 공간은 여러 개의 허파꽈리를 갖는데 이 오르간을 통해 공간이 활발하게 숨 쉰다. 이 꽈리들은 투명하여 주변의 내부공간과 겹친 장면으로 결합된다. 공간을 저미며 한 공간은 이웃 공간의 매질(媒質)이기를 반복한다. 동선은 이 사이에서 결합과 분리를 여러 번 하지만, 경계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부드럽다. 환자들은 동선 사이에서 자주 만나는 공간들의 인사를 받는다.
이러한 조우(遭遇)의 결과는 실험실에서 수도 없는 실험체를 깨뜨리고 엮는 과정을 통하였을 것이다. 한 작가의 작업 맥락에서 보아 이 김영준식의 조직 실험은 점차 확신에 넘쳐간다. 어떻게 보면 이와 같은 공간법은 장소를 의식하지 않아도 설득될 수 있는 유니버설한 성질이다. 그것은 스스로 완결성에 이르지만 궁극성과는 다르다. 그가 중견에 들기 이전에 이 수상(受賞)이 하나의 촉매(觸媒)가 되기를 기대한다.